지난 2월 18일, 카카오톡으로 광고 톡이 왔습니다. 카톡 광고는 하루에도 여러 개가 오지만 그중 필요한 것이 있을까 싶어 채널을 차단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카카오메이커스도 그러한 채널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메이커스에서는 종종 좋은 가격으로 호캉스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 나오기도 하고, 저와 지인들이 애용하는 샤워필터가 다른 쇼핑 사이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때도 있거든요.
이 날 받은 카카오메이커스의 광고 톡 화면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화면을 바로 나가지 않고 슬쩍 보니 안 입는 티셔츠를 새 양말로 돌려받고, 심지어 보육시설 어린이들에게도 보내준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가 안 입는 티셔츠를 처분하면, 나는 새 양말을 받을 수 있고, 보육원의 어린이도 양말 1팩을 받을 수 있다니, 이는 그야말로 1석 3조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내용을 좀 더 읽어보기로 합니다.
헌 옷을 이용한 '새활용 양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후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태광산업에서 함께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메이커스 랩이란 카카오 메이커스의 제조업 실험실의 명칭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라고 소개되었습니다. 자원을 덜 쓰면서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방법을 찾는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흔드는 프로젝트입니다. 가끔 지구에 쓰레기가 쌓여가는 모습이 다큐나 뉴스에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눈앞에 쌓인 일상에 치이다 보면 일회용품에 손이 가고, 일회용품이 아닌 물건이라도 생필품이나 아이 용품을 사서 쓰다 보면 쓰레기가 조금이라도 나옵니다. 또한 철마다 커가는 아이 옷을 사고 정리하다 보면 지인의 아이에게 물려줄 수 없는 옷들은 결국 헌 옷 수거함으로 가거나 상태에 따라 쓰레기통으로도 들어갑니다.
쓰레기를 적게 만들기 위해 아무것도 소비를 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물건을 만들어서 쓸 수는 없으니까요. 얼굴에 바르는 로션 하나를 써도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이 남게 됩니다. 페트병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이용해도 그 텀블러는 언젠가 버려집니다. 페트병 여러 개냐, 텀블러 하나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다시, 카카오 메이커스 랩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옷장 속에서 잠자고 있는, 더 이상 입지 않는 면 티셔츠를 보내주면 그것으로 새활용 양말을 만들어 보내준다고 합니다. 참여 방법도 간단했습니다. 그저 신청하기를 누르고 면 티 이외에도 일상에서 무엇을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면 선정한 사람들에게 박스를 보내주고, 알아서 택배 기사님께서 수거해주신다고 했습니다. 제가 할 일은 댓글 하나 달고, 선정되면 면 티를 찾아 모아두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택배 기사님께서 수거해가신 의류는 사회적 기업인 '우시산'에서 선별하고, 섬유 업사이클링을 위해 조각내어 원사로 만든 뒤, 튼튼한 양말을 만들어 전달해준다고 합니다. 양말은 어린이를 보호하는 보육기관에서 많이 필요로 하며, 메이커스는 양말을 그동안 많이 만들어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서 양말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댓글을 달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이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 2천 명을 선정하는 프로젝트이며 이미 정성스러운 댓글을 다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프로젝트에 합류되었다며 박스 배송지를 입력하라는 안내 톡을 받았습니다.
며칠 후 박스가 발송되었다는 톡이 왔고, 3월 3주경 택배 기사님께서 수거해 가실 것이라는 안내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열심히 집 안의 티셔츠 라벨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면 100%의 티셔츠가 별로 없었습니다. 다른 소재와 혼용된 의류는 안되고, 순면이어야만 새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성인용 티셔츠는 대부분 혼용 의류였고, 아이의 옷도 이제 아기가 아닌 어린이여서인지 혼용 의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야 피부 걱정에 순면 의류를 찾아 입히곤 했는데, 좀 크고 나니 순면이 아닌 옷을 입어도 괜찮아지게 되어 활동성과 디자인을 주고 보고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아이의 내복 라벨을 보니 순면입니다. 지난겨울, 아이 옷 정리를 하며 처분한 내복들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다음 봄과 여름을 대비해 남겨두었지만, 사이즈를 가늠해보니 작아서 못 입게 된 내의들이 남아있으니 이걸 보내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작아진 아이 옷의 라벨을 보며 순면 의류를 따로 모아 두고, 어른용 티셔츠 중에서도 잘 입지 않고 있는 옷들의 라벨을 다시 보아 순면 티를 추려냈습니다. 친정에 가서도 부모님께서 요즘 입지 않아 처분해도 된다고 하시는 옷들 중 면 티셔츠를 골라 몇 벌 가져왔습니다.
카카오 메이커스 랩에서 보내준 박스는 테이프가 필요 없는 박스라고 합니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잘 접어서 뚜껑을 닫고 흔들어보니, 열리지 않는 것이 확인됩니다.
옷은 그냥 보내도 되겠지만, 2천 명이 보낸 박스의 내용물을 모두 정리하는 것은 힘든 일일 것입니다. 새활용에 불필요한 부분은 정리해서 보내주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안내에 따라 목 부분의 립, 라벨, 프린트, 장식, 부자재 등을 제거해 보기로 했습니다. 옷감 전용이 아닌 일반 가위로 하려니 천이 잘 잘라지지 않지만 열심히 옷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면 티셔츠를 보내는 프로젝트지만, 아이의 조그마한 내복 바지도 면 100%이니 괜찮지 않을까 하며 몇 벌 넣어보았습니다. 허리와 발목의 밴드 부분을 잘라내고, 라벨도 떼어내었습니다. 상의의 프린트도 모두 잘라냈습니다. 다 자르고 나니 남은 게 얼마 없는 기분이 드네요.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박스에 가득 찼던 옷들이 줄어들어 공간이 생겼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정에만 가지 말고 주변 이웃에게도 이야기하고 처분할 옷이 있으면 받아올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보내야 할 때이니 다음번에 또 이런 좋은 일이 있다면 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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